일기장/잡다한 일상2005. 5. 23. 00:30
지금은 월요일이 된 시간.

일요일 오후
느즈막히 용산에 차를 몰고 가서 지인들과 함께 고기를 먹고
숙대 와플하우스에 가서 와플과 딸기빙수를 먹고
상암 CGV에 가서 남극일기를 보았다.

기분좋게 먹고 영화를 봤지만.

영화자체는 상당히 어두웠고.
잘 찍었으나, 보고나서 기분이 너무 안좋았다.

돌아오는 길 강변북로를 탔다.
속도를 내면서 멍해지며 생각에 잠겼다.
그 영화를 보면서 왜 내 기분이 안좋을까..
그건 아마도 그 영화가 인간의 욕망. 그 치부를 드러내는것이라
내 속을 들킨것같은 기분이 들어서가 아닐까.

자신이 뻔히 알고있는 자기의 단점도 다른사람에 의해 다시 깨닫게되면
기분이 더 나빠지는것처럼말이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얼마전 포스트에서 적었듯이, 올림픽대로엔 나름대로 추억이 있다.
근데 불과 일주일사이에 강변북로도 그와 비슷한 사연을 가지게 되었네.

앞차의 후미등만 따라 속력을 내면서 순식간에 지나친 성수대교 진입로.
일요일 이시간이면 불과 이주전만해도 저리로 건너가서
그녀를 태우고 집에 함께 가곤 했었지하고 멍하니 생각하면서
가다보니 순식간에 분당을 지나고 있었다.

미금역을 통해서 그녀의 집으로 향하는 길과 우리집의 갈림길을
지나면서 또 멍해지고..

사랑이라.
가슴저 한구석에서 꿈틀거리는 따뜻한 느낌.
저 아래서 솟아오르는 벅찬 느낌.
손끝이라도 닿을때마다 느껴지던 짜릿함.
잊고있었던 그 감정을 다시 깨닫게 해준..


생각나겠지. 차라리 매순간 매순간 생각나면 쉽게 잊혀지겠지만..
이렇게 문득 문득 생각나면 바로 어제처럼, 어제 만났던것처럼
안을때의 따뜻함이 생각나겠지.

그래.
전엔 꾹 눌러 참고 다른일에 몰두했지만,
이번에는 한번 맡겨보련다.
생각나면 생각하고, 슬프면 슬퍼하고 아프면 아파하고.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던져주고 가버린 숙제들에 대해서도
한층 더 심각하게 고민해보련다.
Posted by ketch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