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들/기타2006. 12. 7. 00:55
(::당신과 나는…들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당신......가을 바람을 치렁치렁 매달고 뒷산의 나뭇잎들이 수런거리고 있습니다.이 가을 당신은 평안하신지요.나는 빨갛게 익은 산수유 열매를 보려고 매일 뒷산을 다녀옵니다.나무와 풀꽃과 곤충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우리네 삶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얼마 전, 저자 사인회가 있었습니다.사인회가 시작 되고 10분 쯤 지났을 때,연세가 팔십 쯤 되어 보이시는 할머니 한 분이 내 앞에 서 계셨습니다.할머니는 보조 다리를 짚으며 순서를 따라 오신 것이었습니다.할머니가 짚고 있는 보조 다리는 다리가 네 개였습니다.할머니가 가신 뒤에 나는 시멘트 바닥 위에 냉큼 무릎을 꿇었습니다.한 시간이 넘도록 남은 시간 내내 무릎 꿇고 사인을 했습니다.

잘못 살아왔다는 깨우침 때문이었다.무릎을 꿇는 것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독자들에 대한 마땅한 예의였습니다.앞으로도 그렇게 하리라 다짐했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당신은 김밥을 좋아하는지요.저는 김밥을 좋아합니다.사람들이 김밥을 좋아하는 건,아마도 사람들 가슴 속에 소풍이라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김밥을 만들 때 김밥 속에는 여러가지 재료가 들어갑니다.치자색 단무지와 계란, 분홍색 햄, 초록색 시금치나 오이, 주황색 당근......치즈가 들어가면 치즈 김밥. 참치가 들어가면 참치 김밥.소고기가 들어가면 소고기 김밥.형형색색의 여러가지 재료가 들어가니까김밥 속은 앞 마당의 꽃밭처럼 화려합니다.그런데 말이죠.김밥 속이 화려해지면 화려해질수록 김밥은 빨리 상해버린다고합니다.


신기하게도, 사람 사는 것도 꼭 김밥속 같습니다.삶이 화려해질수록, 그 사람의 영혼도 빨리 상해버리니까요.화려해지고 높은 곳에 오를수록,사람들은 낮아질까봐, 초라해질까봐 늘 불안해하니까요.사랑하는 당신..... 당신과 나, 항상 최고가 되겠다고 생각하지는 말기로 해요.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만 받겠다고 생각하지도 말고요.꿈이 너무 많은 사람은 행복해질 수 없으니까요.불 하나를 켜면, 별 하나가 멀어지니까요.당신이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이룰 수 없는 꿈 때문에 당신이 너무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당신을 위해 나도 조용히 불을 끄겠습니다.


당신과 나는, 들꽃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꽃을 피워야만 사랑 받는 장미도 되지 말고,언제 꺽일지 몰라 불안해하는 백합도 되지 말고,있는 듯 없는 듯 소리없이 피고 지는 들꽃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좋겠습니다.불어오는 바람에도 아름답게 흔들릴 줄 아는 들꽃.아무 곳에나 피어나지만, 아무렇게나 살아가지 않는 그런 들꽃말입니다.제비꽃, 달맞이꽃 패랭이꽃, 자운영꽃, 아기별꽃, 양지꽃,질경이꽃, 며느리밥풀꽃, 바람꽃, 은방울꽃......들판 가득 엄마의 눈물처럼 피어있는 이 꽃들은여치 울음소리,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제 영혼의 키를 키울 줄 아는 들꽃이랍니다.

보슬보슬한 흙 위에 누워, 밤하늘 북두칠성을바라보는 눈빛 맑은 들꽃이랍니다.당신은 어떤 꽃이 되고 싶으신지요.당신 가슴속 앓이앓이가 꽃이 될 거라 믿겠습니다.

당신과 나, 강물보다 짧은 인생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부디, 눈비 뿌리는 날에도, 당신이 따순 밥처럼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나, 당신 곁에 늘 머물겠습니다.가슴으로. 눈빛으로. 소리없이. 환하게.

--------------<작가 이철환의 반딧불이의 노래>[AM7]

아 정말 좋은글이다.
이글, 읽고나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다.

사랑하는 당신. 나 당신곁에 늘 머물겠습니다. 가슴으로, 눈빛으로, 소리없이 환하게..


Posted by ketch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