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뭐든 다 들어줄테니 이야기하라고 하길래 다 이야기할려고
나갔었거든.
속이 답답하고 속에 뭐가 꽉 차있고 그런거 같았는데..
막상 나가니까 내가 무슨 얘길 하고싶은지 모르겠더라.
계속 술만 마셨더니 친구는 답답한지 나한테 물어봤어.
어떻게 위로해주면 좋겠냐
그 여자 왜 사람 헷갈리게 만드냐구 웃기는 여자라고 같이 욕을
해줄까
아니면 그래도 다시한번 붙잡아 보라구 등을 떠밀어줄까
그것도 아니면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잡아서 소개라도 시켜줄까
그래서 나도 생각을 잘해봤지.
어떤 말을 들으면 내 맘이 좀 나아질까 하고..
근데 그것도 어렵더라.
너를 욕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을거고,
다시 붙잡는다고 니가 잡히지도 않을거고,
지나가는 그 어떤 사람이 내앞에 있어도 내 눈엔 안 보일거고,
그래서 그냥 그러고 있다가 집에 오는데.. 생각해보니까 답이
있긴 있더라.
지금 나는 확실히 하고 싶은 말이 많은거 같애.
근데 친구가 아니라 너한테..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
그게 뭐냐면..
내가 너 되게 좋아했다는 말.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면 니 마음도 어쩜 달라질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난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하지만 위험하니까 진짜로 말하진 않을거야.
니 마음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너무 부담스럽다는 쪽으로 달라
질수도 있으니까.
나는 그냥.. 누구때문에 마음이 진심으로 설레고 그랬던거,
저 사람 참 예쁘다거나,
저 사람이랑 사귀면 좋겠다거나, 그런거 말구.
보기만해도 좋구, 숨이 차고 그랬던거는 진짜 오랜만이었다.
어쩌면 처음이었던거 같기도 하구.
그 말 하고 싶었던거 같애.
달라질건 없다는거 알지만 그래도 한번도 그런말 못했으니까.
어설프게 소문부터 나는 바람에 말할 기회도 없이 너한테 짤렸
으니까.
말하면 싫어할까봐
끝이라는 말도 못알아 듣는 미련한 사람처럼 보일까봐
거절한 그대가 더 미안해할까봐
아주 많이 좋아했어요..
그 말도 못하는
사랑을 말하다
---성시경의 푸른밤에서.